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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의 내게 위로 받다.

Katzenmenschen 2019. 11. 15. 22:47

정말 오랜만에 블로그를 쓰고싶어서 들어온 곳엔,

나의 12년전에서 10년전까지의 시간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신기하게도, 그 순간에 느꼈던 감정과 생각을 구구 절절하게 써놓은 글들을 보며

나는 손발이 없어질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힐거라고 생각했는데(마치 싸이월드를 보는것처럼...?)

나는 생각보다 과거에 허세를 많이 부리지 않았구나 하는 사실에 일차적인 안도를 한다.

 

그리고 10년전의 내가 얼마나 행복에 목말라 있었는지,

그냥 마냥 행복해 보이는 사람을 부러워 하고 살았던 그 시간의 내가 가엾게 느껴진다.

그리고 내용만 다를뿐 여전히 같은 맥락의 고민들을 하고 살아가는 내가 우습기도 하다.

 

지금의 나는 무척 정서적으로 힘들고, 갈피를 잃지 않기 위해 숨이 턱끝까지 찰떄까지 달리다 지치기를 반복한다.

그게 너무 힘들어서 무척 포기하고 싶지만, 나를 제어하는 장치를 두어서 그럴수가 없다.

 

 

나는 그때 이미 알았던것 같다.

삶이라는 것은 결국 끝을 향해 가는 것이고, 사회에서 말하는 유종의 미 같은거 내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것을.

내 생각과 맞지도 않다는 것을.

 

그때의 내가 적은 글중에 총기사건후 자결했던 조승희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그에게 동질감을 느낀다는 글이었다.

사회에 적응해서 아무 굴곡없이 잘 살아가며, 서로를 같은 기준으로 재고 따지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하는 이야기와 행동 하나하나가 그 당연함과 거리가 먼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위화감과 소외감을 주는지 모른다.

 

언젠가 얼마나 쓸데없는 것들이 될지도 모르고, 자신들이 대단한듯 우월감에 빠져 이야기하는 것은-

비단 이룰것 다 이뤄놓은 나이많은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다.

젊은 꼰대들도 정말 많다.

 

그 당시 그 조승희에 대한 나의 글을 봤던 친구가

내게 그런 글을 썼다는 사실에 대해서 나에게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 한 적이 있다.

 

내게 꽤나 영향력이 컸던 그 친구의 말에 나는 늘 그게 잘못된거라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그런 감정들을 누르고 숨기고 둥글어 지는게 '맞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오늘 좋은 기회가 닿아서 듣게 되었던 강의에서

그 친구의 말은 타인의 잘못을 지적할때의 도덕적 우월감에서 오는 나쁜행동들의 일종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친구의 말에 항변했어야 했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을 죽인다는건 당연히 나쁜일이다.

정말 정신병이라서 그 사람이 그렇게 됐을수도 있다.

근데 그는 아직까지 인종차별이 심한 시기에 그 지역에 살았던 한국인이었다.

분명희 그의 분노의 타겟을 잘못되었지만, 그 조차도 강도만 다를 뿐 굉장히 일반적인 일이다.

 

그는 돌아올수 없는 강을 건너는 일을 저질렀을 뿐, 단순한 정신병자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랬다면 자살하진 않았을거라고.

 

그 친구의 감정은 어두워서 손쓸수 없는 사람을 보는 기분이었을거다.

지금의 나 역시 그런 사람을 보는 기분은 유쾌하지 않다.

처음 한 두번은 충분히 저사람도 바뀔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지만, 바뀌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그런 상대를 대하느라 내 에너지를 낭비하는건 정말 시간낭비다.

 

내 인생목표는 50까지 살고 죽는것이니, 10년뒤에 또 이글을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때 나는 또 무슨생각을 하며 이 글을 보게 될까.